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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예비신부 참변..연락 받은 아빠 "장난마라"

작성자
맥스벳
작성일
2019-07-05 20:53
조회
225


"이런 일은 진짜 매스컴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내게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5일 오전 서울 중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씨(29)의 분향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씨의 아버지는 "참 착한 딸이었다"며 슬픔을 억눌렀다. 딸 이씨는 전날 오후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매몰돼 숨졌다. 내년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랑 황모씨(31)와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두 예비부부가 탄 차량이 30여톤에 이르는 건물 잔해물에 매몰됐고 다행히 황씨는 구조돼 의식을 회복했지만 이씨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 이씨는 "어제 오후 5시45분쯤 서초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애 갖고 장난하는 것 아닙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며 "그랬더니 '뉴스를 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TV를 켜서 (사고를 확인한 후) 이게 진짜인 것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자립심 강한 착한 딸"과의 기억을 어렵게 끄집어 냈다. 그는 "3녀 1남 중 둘째인데 별명을 '아들'이라고 할 만큼 (믿음직했다)"며 "위로 언니, 아래로 동생들 그리고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잘 보살피고 동생들과 대화하면서 (관계를) 조율하던 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비를 벌면서도 가족들 위해 저축할 만큼 생활력이 강했고 가족들 생각하며 일일이 다 잘해주고 (형제간) 조율 잘 해주었던 그런 딸을 이렇게 보낸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는 또 딸과 예비신랑을 '멋진 놈들'이라고 말하며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예뻐 평소에도 응원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아버지는 "(사위가)'남자로서 여자를 예뻐해 줄 사람이구나, 자기가 고생할지언정 자기 여자는 호강시켜 줄 애구나'라고 할만큼 제가 (사위를)귀여워했다"며 "결혼도 자기네들이 한 말이 '화려하게 안하고 각자 직장생활 하면서 벌어놓은 것 갖고 자기들 수준에 맞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말 못할 정도로 고맙고 자랑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말했는데 자기들이 '예상 범위 내에서 해보겠다고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예쁘게 봐달라'고 했을 때 딸이나 사위나 멋진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멋진 놈들이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은 것은 (조은희)서초구청장의 '죄송하다'는 말과 철거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죽을 죄를 지었다'는 말이 전부"라며 "그 외에 건축주, 건축회사, 감리회사 등으로부터 감리가 어떻게 됐고 어떤 것이 문제였고 어떻게 시정조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연락받은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적인 문제로 지휘관리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따질 것이고 민사적으로도 따질 것"이라며 "내가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머리(속이)가 백지장"이라며 한탄했다.

이날 빈소에는 이씨의 지인들과 친척들이 달려와 전날 벌어진 황망한 일에 대해 눈물을 흘렸다. 이씨의 언니도 "트렁크에 (동생의) 짐들이 실려있었어요"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해당 건물은 무너지기 전에 여러 붕괴 조짐을 보였다고 인근 주민들은 증언했다. 서초구 도시관리국 측은 이 건물의 철거가 재심의를 통해 통과된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심의 과정에서 부결된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예비신랑은 현재 서울성모병원 일반 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이외에 부상을 당한 60대 여성 2명은 경상으로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오후 3시부터 철거현장에 대해 국립과학수사대와 소방 등과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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